
20대에 처음 학원 강사로 일하게 되었을 때 유명 학원만 찾아다니면 성적이 오를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수학을 가르치면서 보니, 인강을 열심히 듣고 학원을 성실하게 다니는데도 성적이 제자리인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고등학교 공부법에는 중학교 때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학원 수업만 들으면 왜 성적이 안 오를까?
여러분은 혹시 이런 경험 없으신가요? TV에 나오는 인기 있는 강사 수업을 들으면 그 순간엔 다 이해한 것 같은데, 막상 집에서 혼자 문제를 풀려고 하면 손이 안 움직이는 경험 말입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건 다른 선수들의 점프 영상을 많이 봐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수천 번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직접 점프를 연습했기 때문이죠. 수학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이 푸는 걸 백 번 보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한 번 틀려보고 고쳐보는 게 백배 낫습니다. 학원 수업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을 다 빼앗긴다는 점입니다. 학교 수업 듣고, 저녁 먹고, 학원 가면 밤 10시입니다. 집에 와서 학원 숙제하고 학교 숙제하면 자정 넘어가죠. 그러면 혼자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하루 종일 누군가의 설명만 듣고 있는 겁니다.
제 경험상 성적이 확 오른 학생들의 공통점은 명확했습니다. 학원을 가더라도 '이 단원의 이 개념만 빠르게 잡기 위해' 같은 뚜렷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자기 방에서 혼자 문제 풀고, 틀린 문제 다시 풀고, 개념 노트 정리하면서 보냈습니다. 학원이 나쁜 게 아니라, 학원에 끌려다니는 공부가 문제라는 뜻입니다. 인강이나 학원 수업을 듣는 건 공부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 수업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 그게 진짜 공부입니다. 요리사가 레시피 영상만 보고 실전에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흑백요리사에 나온 셰프들도 수천 번 직접 칼질하고 불 조절하면서 실력을 쌓았을 겁니다. 공부도 똑같습니다.
밤샘 공부는 왜 독이 될까?
학생들이 묻습니다. "선생님, 저 어제 안 자고 공부했는데 왜 성적이 안 나왔을까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되묻습니다. "그다음 날 학교 수업은 어떻게 했어?" 수면 시간을 줄이면 당장은 공부 시간이 늘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납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낮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학교 수업 시간에 비몽사몽 상태로 앉아있게 되죠. 만약, 수시 준비 중이라면 고등학교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게 내신인데 학교 선생님이 바로 그 내신 출제자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학교 수업은 출제자의 직강이라고요. 만약 수능 출제자가 직접 강의해 준다면 다들 도시락 싸들고 가서 들을 겁니다. 근데 그보다 더 중요한 내신 출제자의 수업을 졸면서 듣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수행평가 때문에 밤을 새우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솔직히 이건 전략의 문제입니다. 수행평가 기준표를 보면 만점 받는 조건이 나와 있습니다. 거기서 딱 만점만 받으면 됩니다. 그 이상 과하게 하느라 밤샐 필요는 없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한 시간 더 자고, 다음 날 학교 수업에 집중하는 게 낫습니다. 수행평기 기간에 만점을 받도 싶었던 한 학생이 새벽에 카톡이 와서 접속사까지 물어봤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점을 받기는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다를 과목 수행평가 준비는 못할 것 같다고 낙담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안 됩니다. 내신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중간이 너무 지지면 결승까지 가는 게 너무 힘듭니다. 힘 조절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뇌는 잘 때 낮에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고 장기 기억으로 만듭니다. 망각곡선을 생각해보세요. 지금은 절대 안 잊어버릴 것 같지만, 복습 없이 잠도 제대로 안 자면 내일이면 까먹습니다. 최소 6~7시간은 자야 합니다. 그래야 매일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체력이 생깁니다. 밤샘 공부로 하루 이틀은 버틸 수 있어도, 한 달 내내는 못 합니다. 결국 어느 순간 무너집니다. 그러니 차라리 매일 7시간씩 자면서 꾸준히 공부하는 게 장기전에서는 훨씬 유리합니다.
시험 2주 전부터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중학교 때는 시험 2~3주 전부터 힘들게 하면 어느 정도 성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다릅니다. 시험 범위도 몇 배로 늘어나고, 난이도도 확 올라갑니다. 교과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부교재, 프린트, 모의고사 문제까지 다 시험 범위입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숙제를 꼭 내주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묻습니다. "선생님, 숙제는 왜 내주세요?" 그럼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숙제는 선생님이 주는 선물이라고요. 배운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물론, 학생들은 언제나 싫어합니다. 하지만 대분의 숙제는 그날의 오답을 정리하는 오답노트이기 때문에 나중에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 숙제를 성실하게 하는 친구들은 분명히 성적이 오릅니다. 왜냐면 그 친구들은 평소에 꾸준히 복습하는 습관이 잡혀있기 때문입니다. 시험 기간에만 벼락치기하는 게 아니라, 학기 내내 시험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거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능하다면 매일 배운 내용을 그날 밤에 복습해야 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주말 중 하루를 선택하거나 수업 직후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복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세부적인 암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키워드만 보고 내용을 줄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게 평소에 쌓아두면, 시험 2~3주 전부터는 암기와 문제 풀이 반복만 하면 됩니다. 고등학교 시험은 50분 동안 20~30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한 문제당 1~2분 입니다. 속도가 생명입니다. 이건 평소에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만 생기는 감각입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해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실력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학기 내내 가 시험 기간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평소 예습, 수업, 복습을 제대로 해두고, 시험 기간에는 최종 점검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신 1등급이 가능합니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특별한 머리를 타고나서도 있겠지만 대분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다만 평소에 꾸준히, 전략적으로 시간을 쓸 뿐입니다. 학원에 끌려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고, 충분히 자면서 학교 수업에 집중하고, 학기 내내 복습을 쌓아가는 것. 이 세 가지만 제대로 해도 성적은 분명히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