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매년 3월이 되면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아이들이 질문이 많아진다. 그중에 체대로 진로를 정한 아이들도 가끔 있습니다. "선생님, 저 체대 가고 싶은데 뭐부터 준비해야 돼요?" 솔직히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는 걸 느꼈습니다. 일반적으로 체대입시는 "운동만 잘하면 된다"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성적과 실기, 그리고 전략이 맞물려야 합니다.
수시와 정시, 시기만 다른 게 아닙니다
많은 학생들이 수시는 내신, 정시는 수능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전형 모두 학생부와 수능이 함께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이는 시기입니다. 수시는 9월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12월까지 전형이 진행되고, 정시는 수능 이후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 가·나·다군으로 나뉘어 치러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실기 날짜입니다. 수시는 최대 6개 학교에 지원할 수 있지만, 실기 날짜가 겹치면 둘 다 응시할 수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6장 다 쓰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날짜표를 보니 현실적으로 4~5개가 한계였습니다. 정시는 가·나·다군별로 하나씩, 총 3개 학교에 지원 가능합니다. 군이 다르면 실기 날짜가 겹칠 일이 없으니 안정적입니다.
그런데 모든 학교가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선발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가천대는 수시에서만, 일부 상위권 학교는 정시에서만 학생을 뽑습니다. 그래서 목표 대학의 전형 유형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학교가 수시형인지 정시형인지에 따라 준비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출처: 대학입학정보포털 어디가).
제 경험상 모의고사가 4등급 이내라면 정시 준비를 추천합니다. 5등급 이하부터는 수시에서 승부를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정시는 수능 점수가 변별력이 있어서 공부로 밀어붙일 여지가 있지만, 수시는 내신 3~7등급 학생들이 몰려 있어 실기에서 결정됩니다.
실기 종목 조합이 지원 가능 대학을 결정합니다
일반적으로 체대입시 실기는 "달리기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달리기와 제자리멀리뛰기(재멀)가 기본이고, 여기에 추가 종목 조합으로 지원 가능한 학교가 갈립니다. 달리기와 재멀은 거의 모든 학교에서 필수로 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추가 종목은 크게 메디신볼던지기(매던), 배근력, 윗몸일으키기, 유연성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매던과 배근력의 조합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가천대는 달리기·재멀·매던·배근력 네 종목을 봅니다. 수원대는 달리기·재멀·배근력 세 종목입니다. 강남대와 한체대는 달리기·재멀·매던 세 종목을 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보니, 매던을 못하면 강남대와 한체대 라인은 포기해야 하고, 배근력이 약하면 가천대와 수원대 라인이 어렵습니다.
매던은 상체 폭발력을 요구하는 종목으로, 선천적인 근력 비율이 영향을 줍니다. 배근력은 허리 주변 근력을 측정하는데, 이건 훈련으로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상체 근력 종목이 전부 안 된다면 윗몸일으키기를 보는 백석대, 나사렛대, 선문대 같은 학교를 노려야 합니다. 종목 조합이 곧 지원 전략입니다.
강남대는 2027학년도부터 사이드스텝이 신설 종목으로 추가되었습니다. 사이드스텝은 좌우 민첩성을 평가하는 종목으로, 순발력과 체력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신설 종목은 전년도 데이터가 없어서 커트라인 예측이 어렵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신설 종목은 일단 해보되, 다른 종목으로 보험을 들어라"고 조언합니다(출처: 한국체육대학교 입학처).
성적은 출발선, 실기는 주행 능력입니다
제가 즐겨 쓰는 비유가 있습니다. 체대입시를 100m 달리기에 비유하면, 성적은 출발선이고 실기는 주행 능력입니다. 성적이 좋으면 앞에서 출발하고, 낮으면 뒤에서 출발합니다. 실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출발선이 너무 뒤에 있으면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성적이 좋아도 실기가 형편없으면 앞에서 출발했다가 뒤처집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수시·정시 상담 프로그램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봅니다. 예를 들어 내신 7등급을 입력하면 대부분 빨간불이 뜹니다. 빨간불은 "실기를 만점 받아도 합격 컷에 도달 불가"라는 의미입니다. 내신 5등급을 입력하면 노란불이 몇 개 보입니다. 노란불은 "실기를 잘하면 가능성 있음"입니다. 내신 3등급을 입력하면 초록불이 여러 개 뜹니다. 초록불은 "실기를 적정 수준만 해도 합격권"입니다.
정시도 똑같습니다. 모의고사 6등급 이하는 대부분 빨간불입니다. 4등급이 되면 노란불과 초록불이 섞입니다. 1~2등급이 되면 서울대를 포함한 상위권까지 초록불이 뜹니다. 성적이 출발선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출발선이 너무 뒤에 있으면 실기 만점을 받아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고3 시점에서 내신은 사실상 거의 끝났습니다. 2학년 2학기까지 성적이 나왔고, 3학년 1학기에 급상승한다 해도 전체 평균을 크게 끌어올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3학년 내신은 방어만 하자"고 말합니다. 7~8등급만 안 맞으면 됩니다. 반면 정시 수능은 아직 1점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변수가 있다면 여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신이 낮을 정도로 공부를 안 한 학생이 3학년 때 갑자기 수능을 잘 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국어·영어·수학은 단기간에 등급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탐구 한 과목 전략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탐구는 5등급에서 1등급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학생 중 한 명은 사회문화 한 과목을 집중 공략해서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렸고, 그 점수 차이로 합격했습니다. 5등급대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대학들이 탐구를 한 과목만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탐구 만점은 총점에서 결정적입니다.
결국 체대입시는 정보 싸움입니다. 같은 실력을 가져도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떨어집니다. 그 차이는 종목 하나, 전형 선택 하나에서 갈립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운동선수처럼 준비하되, 전략가는 되어라"고 말합니다. 열정만으로는 방향을 잃기 쉽고, 계산만으로는 끝까지 밀어붙일 힘이 부족합니다. 두 가지가 맞물려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할 일은 자신의 성적과 실기 수준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지원 가능한 학교 리스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게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