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시행되는 자유학기제는 일제식 정기고사 없이 100% 수행평가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입니다. 저는 25년간 학원 강사로 일하며 이 제도를 경험한 학생들을 수없이 만나왔는데, 처음 듣는 학생들은 대부분 "시험이 없다"는 말에 환호했다가 막상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실제로 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어떤 학생은 자신의 진로를 발견하고, 어떤 학생은 학습 리듬을 완전히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주제선택활동과 진로탐색 프로그램의 실제 운영 구조
자유학기제는 크게 두 가지 활동 영역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주제선택활동(Subject Selection Activity)인데, 여기서 주제선택활동이란 교과 내용을 확장하여 융합적이고 복합적인 프로젝트 중심으로 학습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광문중학교의 경우 수요일 5-6교시와 금요일 3-4교시에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은 '도덕꽃 필 무렵', '수학이랑 놀자', '생활 속 과학', '가정 공방', '창의 미술 교실' 등의 프로그램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이 프로그램 선택을 도와주면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학생들은 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고, 반대로 자신의 진로나 관심 분야와 연결 지어 선택한 학생들은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특히 정보 교과의 'AI 아두이노 메이킹' 같은 경우 수요일과 금요일 프로그램이 동일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데, 이런 세부 사항을 놓쳐서 나중에 재신청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진로탐색활동(Career Exploration Activity)으로, 여기서 진로탐색이란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파악하고 다양한 직업 세계를 경험함으로써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이 활동은 금요일 6교시에 자기 반에서 담임 선생님과 함께 진행되며, 학교급 전환기 활동, 진로 독서, 직업인 만남 등으로 구성됩니다(출처: 교육부 자유학기제 운영 지침). 실제로 제가 가르친 학생 중 한 명은 이 시간에 만난 IT 개발자의 이야기를 듣고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후 정보 교과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주제선택활동의 운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1기(9주): 수요일과 금요일 프로그램 각 1개씩 선택하여 총 2개 참여
- 2기(8주): 3기 수요 프로그램과 4기 금요 프로그램 각 1개씩 선택하여 총 2개 참여
- 영어 교과 '내 손 안의 영어 도서관'은 별도 선택 없이 자기 학급에서 전원 참여
이렇게 총 다섯 가지 주제선택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수강신청은 선착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서는 신청 시작 시간에 맞춰 접속해야 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합니다. 미리 1순위와 2순위 프로그램을 정해두고 신청 전날 로그인 연습까지 해보라고 말이죠.
과정중심평가 방식과 학생 성장의 실제 모습
자유학기제의 가장 큰 특징은 평가 방식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중학교 과정에서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지필평가가 존재하지만, 자유학기제에서는 100% 수행평가(Performance Assessment)로만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수행평가란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직접 수행한 활동, 참여도,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평가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 평가 방식이 실제로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경험했습니다. 지필고사에서는 점수로 줄 세워지던 학생들이 수행평가 중심으로 바뀌면서 수업 참여 태도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특히 암기력은 약하지만 표현력이나 창의성이 뛰어난 학생들이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반대로 시험 공부에는 익숙했지만 발표나 프로젝트 활동에 서툰 학생들은 초반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과정중심평가(Process-Centered Assessment)는 단순히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보다 '어떻게 배웠고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평가 결과는 생활기록부에 학생별로 서술식으로 기록되며, 학기당 NEIS 학부모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제가 학원에서 만난 학생들 중에는 이 제도를 긍정적으로 활용한 사례도 많았습니다. 한 학생은 자유학기 동안 '생활 속 과학'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실험 보고서 작성 경험이 이후 과학 교과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음악 연주반' 활동을 통해 자신이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실용음악 쪽으로 진로를 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모든 학생이 이렇게 긍정적인 경험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자유학기가 끝난 뒤 2학기부터 갑자기 시험이 시작되면서 당황하는 학생들도 많이 봤습니다. 특히 자유학기 동안 학습 습관을 전혀 유지하지 않았던 학생들은 1학년 2학기에 첫 중간고사를 보고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이렇게 조언합니다. 자유학기제는 공부를 안 해도 되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말입니다.
자유학기제의 운영 목적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미래를 탐색하며 스스로 꿈과 끼를 찾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둘째, 지식과 경쟁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인성, 자기주도성 같은 미래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 것입니다. 셋째, 학생이 직접 활동하고 체험함으로써 학생 중심의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취지 자체는 저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실제 운영의 질은 학교마다 편차가 크다는 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5년간 교육 현장을 지켜보면서 자유학기제라는 제도가 학생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이 될지는 결국 학생 본인의 태도와 학교의 프로그램 운영 수준에 달려 있다고 느낍니다. 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어떤 학생은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하고, 어떤 학생은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늘 이렇게 말합니다. 자유학기는 단순히 시험이 없는 편한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고민해보는 소중한 준비 기간이라고 말입니다.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도 친구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궁금하고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랍니다.